경제력을 갖춘 액티브시니어가 새로운 소비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10월 개최된 '대구 액티브시니어 축제' 포스터.

최근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시장이 극도로 위축되고 전 세계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포스트 코로나 이후 시장을 주도할 소비주체로 액티브 시니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접촉) 온라인 시장에서도 액티브 시니어는 핵심고객으로 떠올랐다.

과거 노인세대와는 다르게 요즘 액티브 시니어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소비생활과 여가를 즐기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액티브 시니어는, 최근 국어연구원이 ‘활동적 중장년’이란 우리말을 새롭게 붙였을 정도로 예사롭지 않은 인구집단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본인이 가진 경제력 규모와 상관없이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주체적인 소비자로 평가받으면서 코로나19 이후 가장 주목받는 경제주체로 관심을 받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 누가 만든 말이고, 무슨 뜻인가?

액티브 시니어란 용어는 미국 시카고대학교의 대표적인 노화연구자인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 심리학 교수가 1975년 제시한 개념이다.

버니스 뉴가튼 교수는 시니어를 프리시니어(Pre-senior), 액티브시니어(Active-Senior), 아더시니어(Other-Senior), 실버(Silver)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프리시니어는 은퇴를 앞두고 시니어가 되는 사람, 액티브시니어는 은퇴 후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소비활동을 하는 사람, 아더 시니어는 경제력이 약하고 소비 수준이 낮은 사람, 실버는 자녀에 의존하는 쇠약한 사람들로 설명했다.

특히, 액티브시니어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일상생활에서 활동적인 노인을 설명하는 용어인데, 50대 이상 중산층으로 건강, 외모, 여가, 문화, 자기계발 등에 적극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참고로, 버니스 뉴가튼 교수는 55~75세를 YO(Young Old), 75~85세는 OO(Old Old)로 구분하기도 했다. 적어도 75세 이상이 돼야 노인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에 이미 존재하는 액티브 시니어 ‘오팔세대’

우리나라에는 이미 액티브 시니어 집단이 존재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이자 초고속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오팔(OPAL)세대’다. 오팔세대란 베이비붐세대를 대표하는 1958년생 개띠의 ‘오팔’을 상징으로, 고령사회의 주축으로 떠오른 5060세대, 즉 ‘액티브 시니어’를 지칭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트렌드코리아2020’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10대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오팔세대를 지목한 바 있다.

올해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에서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1차 베이비붐세대의 맏형격인 1955년생이 노인인구에 진입하는 인구변화의 시작점으로 지목된다.

1955년생은 71만명, 매년 70만~90만명의 베이비부머가 2028년까지 차곡차곡 노인세대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노인인구의 증가가 아니라, 액티브 시니어의 증가로 인해 소비와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새로운 판이 짜일 것이란 기대를 가능케 한다.

오팔세대, 탄탄한 경제력 바탕 새로운 소비주체 부각

오팔세대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소비자로서 이들의 질적 측면이 과거의 노인세대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오팔세대가 현 노인세대를 비롯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탄탄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왕성한 소비활동을 한다는 점이다. 과거 고령층과 달리 오팔세대는 자신을 가꾸는 일에도 적극적이고, 명품이나 화장품 등에 돈을 아끼지 않고 다양한 취미생활도 즐기면서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 오팔세대는 스마트폰 사용 비율이 현저히 낮은 노년층과 달리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겼던 SNS와 유튜브와 같은 앱을 모바일 기기를 통해 자유롭게 사용한다. 오팔세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2030세대만큼 높아졌고, 질적 측면에서도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한 앱 분석업체(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0대 이상의 유튜브 총 사용시간은 51억분에 달했다. 이는 10대(76억분), 20대(53억분)보다는 적지만, 30대(42억분), 40대(38억분)보다는 많은 수치다.

나이 경계를 허무는 액티브 시니어 

시니어는 예의 바르고 점잖다는 고정관념은 이미 깨지고 허물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없었던 액티브 시니어가 사회 전반에 나서면서 경계와 틀이 없어지고 있다. 실제로, 액티브 시니어의 특성에 따라 젊은세대와 중장년세대, 심지어 노년세대의 소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일부 기업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 브랜드를 만들고 시니어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이목을 끌었던 시니어 모델 김칠두, 최순화 씨는 젊은이들에겐 자신의 노후에 닮고 싶은 존재로 떠오르고, 동년배에겐 공감과 롤 모델이 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니어모델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긍정적 효과를 얻고 있다. 시니어 모델이 아니라라도, 나이의 벽을 허문 에이지리스 패션을 선보이면서 주니어와 시니어 세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브랜드들도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시장 영향력 늘어난 액티브 시니어

최근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 고령층을 뜻하는 ‘실버서퍼’(Silver Surfer),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노인을 지칭하는 ‘실버’를 합친 ‘웹버(Webver)족’과 같이 시니어 세대의 생활과 소비 형태를 풀이하는 신조어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 신조어들도 은퇴 후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같은 IT기기를 능숙히 다루며 시장을 움직이는 액티브 시니어를 정의한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액티브 시니어 또는 오팔세대가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핵심고객으로 부상했다. 이커머스 시장이 지금까지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는 인터넷·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구매력까지 갖춘 오팔세대가 주력 고객층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한 빅데이터 컨설팅회사(롯데멤버스)가 발간한 보고서(2020 트렌드픽)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30.6%(응답자 총 3935명)가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의 온라인 쇼핑 비중(35.0%)과도 격차가 크지 않다.

코로나19가 앞당긴 액티브 시니어의 시장지배력

코로나19 이후 시장경제에서 액티브 시니어가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젊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라인 시장에 익숙치 않았던 액티브 시니어가 코로나19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저렴하고 편리한 온라인시장에 적응하면서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더 빨리 나타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한 투자증권사(이베스트투자증권)는 최근 내놓은 ‘코로나 시대의 쇼핑’이란 보고서에서 “그간 온라인 구매가 활발하지 않았던 50대 이상 연령층이 코로나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유입됐다”고 분석하고, “올해 2월부터 3월 초까지 한 달간 50대 이상 온라인 구매 증가율이 생필품과 생활용품, 식품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을 찾는 소비자의 연령층이 확대되면서 대형마트·운송업체·포장재‧물류플랫폼 산업 등 유통산업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유통업체의 올해 1분기 물동량 증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이라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콘텐츠 시장도 접수하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

빅데이터 컨설팅회사(롯데멤버스)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베이비붐세대의 상당수는 TV를 끄고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주중 하루 평균 스마트폰 영상 시청 시간(2.9시간)은 TV(2.8시간)보다 길었고, 기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57.1%)와 넷플릭스(19.7%)를 이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기로 중장년층과 시니어도 이 서비스의 편리함을 경험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시니어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소비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여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보다 가치를 중시하고, 금액에 상관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에 충실한 액티브 시니어가 증가하면서 업계는 시니어의 젊은 취향을 고려하되, 그들만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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